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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어설픈 철학 2025. 7. 20. 15:46

실존에 대한 철학적 고찰

―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1. 서론

우리는 살면서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내 삶은 진정 나의 것인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심리적인 고민이 아닙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철학적 물음이며, 바로 **실존주의(existentialism)**의 핵심입니다.

실존은 우리 모두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방식과 조건을 묻는 사유입니다. 존재론이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실존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묻는 철학입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이며, 실천적인 질문입니다.


▣ 2. 실존이란 무엇인가?

‘실존(實存, Existenz)’은 단어 그대로는 “실제로 존재함”을 의미하지만, 철학에서 실존은 훨씬 더 깊은 개념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나 사물과 같은 '존재자'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존재입니다.

즉, 실존이란 **“존재를 자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뜻합니다. 이 개념은 아래와 같은 특징으로 설명됩니다:

  • 개별성: 실존은 하나의 추상적인 인간 개념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나’로서의 존재를 가리킵니다.
  • 주체성: 실존은 타인이나 사회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나를 말합니다.
  • 불안과 자유: 실존은 자유 속에서 항상 책임을 지며, 그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 3.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시선

▸ 3.1 키에르케고르 – 실존은 ‘신 앞에서 홀로 선’ 존재

실존주의의 선구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실존을 **“신 앞에서 책임지는 개인”**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대중 속에서 사라지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도 자신만의 결단을 내리는 인간을 실존하는 존재라 보았습니다.

“진리는 나에게 있어서 주관적이다.”
— 키에르케고르

▸ 3.2 하이데거 – 실존은 ‘죽음을 향한 존재’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 부르며, 인간은 존재를 묻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는 인간이 유일하게 자신이 죽을 존재임을 아는 존재이며, 바로 그 죽음을 자각함으로써 비로소 자기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존을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의 총합”**으로 보았습니다.

“현존재는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존재이다.”
— 하이데거

▸ 3.3 사르트르 –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대중적으로 확립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인간은 미리 정해진 본질이나 목적 없이 태어난 후,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운명지어졌다.”
— 사르트르

즉, 인간은 자유롭기에 그 모든 선택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유는 가능성이면서 동시에 형벌이며,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을 창조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 4. 실존의 핵심 구조: 불안, 선택, 책임

실존은 단지 ‘존재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실존은 끊임없이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상태이며, 그 선택 앞에서 느끼는 불안을 포함합니다.

▸ 불안(Angst)

실존주의에서 불안은 단지 공포나 두려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정해야 하는 존재’라는 자각에서 오는 무게입니다.
세상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으며, 오직 나의 결정과 선택만이 나를 이끕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 따릅니다.

▸ 선택과 책임

실존하는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 타인이 정해준 삶을 그대로 따르는 삶은 ‘비실존적’입니다.
  • 자신의 삶을 자기 손으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 ‘실존적’ 삶입니다.

이때, 실존은 ‘자유롭기 때문에 책임져야 하는’ 존재의 방식이 됩니다.


▣ 5. 실존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실존은 결코 추상적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직업, 사랑, 인간관계, 가치관 — 이 모든 것이 실존적 결단입니다.

실존주의는 이렇게 말합니다:

  • “네 삶의 의미는 너의 몫이다.”
  • “삶은 질문이 아니라 응답이다.”
  • “진정한 삶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기 자신의 책임 속에서 선택되는 삶이다.”

▣ 6. 결론 – 실존은 철학이 아니라 태도이다

실존은 철학 이론이나 사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며, 존재의 태도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세계 속에 던져져 있으며,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사는 삶 — 그것이 실존의 삶입니다.

실존은 철학이 아니라 용기이며, 응답이며, 책임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를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