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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 2

어설픈 철학 2025. 7. 20. 15:41

존재론에 대한 철학적 고찰

― ‘존재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1. 서론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늘이 존재하고, 나무가 존재하고, 내 몸이 존재하며, 나라는 자아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존재한다”는 이 단순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연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철학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존재론(Ontology)은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분야 중 하나로, ‘존재’란 무엇이며,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존재론은 단지 철학자들의 추상적인 사유가 아니라, 인간이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자와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근원적으로 묻는 질문의 형식이다.


▣ 2. 존재론이란 무엇인가?

존재론(存在論, Ontology)은 그리스어 ‘ὄν’(존재, being)에서 유래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존재란 무엇인가?” “존재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 2.1 ‘존재’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단어는 대상, 속성, 기능 등 어떤 특정한 개념을 가리킨다. 그러나 ‘존재’라는 말은 그러한 범주로 쉽게 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자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라고 말할 때, ‘나무’, ‘의자’는 대상이고, ‘만들어졌다’는 속성이다. 하지만 “의자가 존재한다”고 할 때, 존재는 그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처럼 작용한다.

즉, 존재는 어떤 것도 직접 설명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말하게 해주는 배경이다. 철학자들은 이것을 “존재는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낯선 것”이라고 표현한다.


▣ 3. 주요 철학자들의 존재론적 사유

▸ 3.1 파르메니데스 – 존재는 하나이며, 변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급진적인 명제를 내세운다. 그는 변화나 소멸은 결국 ‘존재하지 않음’에서 비롯되므로, 그것은 생각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고 본다. 결국 존재란 하나이며, 영원하며, 불변하다는 것이다.

▸ 3.2 아리스토텔레스 – 존재는 ‘실체’로서 드러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룬다. 그는 ‘실체(substance)’라는 개념을 통해 사물의 존재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과’는 실체이며, 색깔이나 맛은 그 실체의 속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를 통해 존재를 구별하고, 존재하는 것들의 위계를 세운다.

▸ 3.3 하이데거 – 존재는 숨겨져 있고, 드러난다

20세기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존재는 그 자체로 항상 거기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는 존재와 존재자(존재하는 것들)를 구별하며, 철학의 과업은 존재자에 묻힌 ‘존재 그 자체’를 다시 질문하는 데 있다고 본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고 부른다. 인간은 존재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자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존재는 감각적 실체가 아니라 스스로 드러나고, 또 스스로 감춰지는 운동적 사건이다.


▣ 4. 존재론을 왜 일반인이 이해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존재론’은 철학의 가장 추상적인 분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존재론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왜 여기 있는가?”, “죽음 이후에도 나는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을 할 때, 이는 모두 존재론적 질문이다.

▸ 4.1 일상에서의 존재 물음

  •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 "그 사람은 정말 나를 이해했을까?"
  •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인가?"

이런 질문은 단순한 심리학적 문제를 넘어서, 나라는 존재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 즉 존재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존재론은 그 질문을 보다 깊이 있게 묻도록 돕는다.

▸ 4.2 존재와 관계

존재론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언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게 되며, 이 모든 것들이 내 존재에 영향을 준다.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그 순간조차, 그것은 관계 속에서 조건지어진 경험일 수 있다.


▣ 5. 현대 사회에서의 존재론적 질문

오늘날 우리는 기술, 정보,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점점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존재로 정의되고 있으며, ‘인간 존재의 의미’는 뒤로 밀려나 있다. 존재론은 이 시대의 인간에게 묻는다:

  • "당신은 존재하고 있는가, 아니면 작동하고 있는가?"
  • "당신의 삶은 스스로 의미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존재론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것’인지, 단지 ‘유지하는 것’인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 6. 결론 ― 존재를 묻는 일은 나를 묻는 일이다

존재론은 철학의 출발점이자 끝이다. 모든 철학적 질문, 모든 인간의 사유는 결국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귀결된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타자와 나의 존재는 어떻게 다르고,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지적인 탐구가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구성하려는 실존적 사유다. 존재를 묻는 일은 곧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 된다.